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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내가 나와 술을 마시고
내곁에서 내가 잠을 자는
초현실적인 밤이었다.
이 따뜻함은 내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소코에게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꺼림칙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도 필요한 포근함이었다.
야마모토 후미오와는 이걸로 세번째 만남이다.
울게 될거야.
절대 울지않아.
그리고 블루 혹은 블루.
지극히 여성적인 글이면서도 남자에 대해서 잘안다는 느낌이라
연애박사가 수많은 연애끝에 담담하게 남녀관계에 대해 쓰는 기분이다.
그치만 경박하다거나 가볍다는 느낌도 없어서 거부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너무 쿨해서,
" 왜이래?? 좋아하는거 아니였어? " 싶을 정도.
여태 에쿠니 가오리 말고는 대부분 남자작가의 글을 즐겨읽었던가보다.
그래서 이렇게 에쿠니 가오리가 아닌 다른 여성작가의 글을 읽으면 나는 조금 당황스럽다. 글이 솔직해서 깜짝놀란다.(?)
하지만 블루 혹은 블루는 뭐, 이렇다하게 깜짝놀라기보다는 굉장히 무서웠다.
처음에는 그저 부러웠다. 난 항상 쌍둥이를 부러워했었고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분신'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비록 사랑스럽지않고 귀염성없는 자신이라고 해도 내 분신에 대한 애증은 누구나 갖고있지 않을까.
그 증거인지 어쩐지 몰라도 많은 곳에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던가, 많은 관문을 뚫고 만난 마지막 적이 '나' 라는 이야기도 많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나'를 만나면 몸이 뽀사지도록(..) 안아주리라 마음먹었었다.
공감한다던가 함께 느낀다는 정도의 감정이 아니다.
너는 곧 나고, 나는 곧 너다.
오싹하지만 사랑스럽고 그러다가 미워지고 또다시 안타깝고 가여워서 어쩔줄 모를 것같다.
내가 생각했던 도플갱어나 분신은 그야말로 같은 나.
하지만 두사람은 소코는 무섭게도 본체와 그림자였다.
그 구별도 상당히 잔혹하고 오컬트했다.
그러지 않으려고해도 본체는 우쭐할수 밖에 없었다.
그림자도 마찬가지다, 움츠러들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니 자연히 두 사람은 서로가 미웠다. 하지만 특히 먼저 그림자 쪽이었던 가와미 소코쪽이 더 미워했던것 같다.
누가봐도 사자키 소코쪽이 훨씬 냉정하고 도시적이고 야심찬 여자같았겠지만
폭력적인 남편과 제한된 공간속에서 가와미 소코는 누구보다 강하고 계산적이고 처세술로 점철된 여자가 되었다.
가와미든 사자키든 남편들의 입장에서는 가와미 소코쪽이 훨씬 사랑스럽고 함께하고 싶었을거라고 생각한다.
화자는 사자키 소코와 가와미 소코 두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도저히 가와미쪽에는 정이 가지 않았다.
불길한 여자다!!!!! 이런기분.
( 전혀 상관없고, 난 싫어하지도 않지만 불길한 여자!! 하면 아무대로 자꾸 사치코가 생각난다. 하하하?)
사자키 소코가 하는 짓을 보고있자면,
속이 터지고 이렇게 멍청할수가!!!!!!!!!!!11싶은데도 불구하고,
또 가와미 소코만 보면 어쩔 수 없게되는 그녀가 안타까웠다.
아무튼 누구도 묻지않았지만
사자키냐, 가와미냐, 마키 하라냐 한다면
가와미는 절대 아니다.
그래서 사자키를 남편으로 두고 마키 하라를 애인으로둔
사자키 소코가 조금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마키 하라보다는 역시 사자키(남편)쪽이 좋다.
0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