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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감독인 돔 로스로우의 장편 데뷔작이다.
( 장편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다큐멘터리스러운 영상이 매력적이다.)
우연히 티비에서 심야에 해준 것을 보고 정신이 나간듯이 반해버렸다.
거의 내 고등학교 3년간을 지배했던 영화로, ( 그래서 벤 위쇼한테 미쳐서 향수가 개봉할때쯤엔 정신이 반 나가있었다.)
생활이 안될정도로 깊이 빠져서 우울증에 시달리게 했던 작품이다.
냉정하게 보면 어떤 한 작품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게 대단하기도 하고
또 내가 그냥 상황이 상황인지라 도피하고 싶었던 중에 다른곳에 꽂혀버릴 구실이 되준 것 같기도 하구.
어찌됐든 봤을때 절대 기분좋을 영화도 아니고, 마음이 아프고 쓰리지만 그래도 계속 보게되고
10번 가까이 봤지만 그래도 또 다시 본다면 어찌 할 수 없이 초조하고 안타까워서 어떻게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데이빗(톰)
이 아이에게 세상은 무엇으로 와 닿았을까. 잔혹? 환멸? 혹은 절망.
무엇이든 간에, 자신을 지켜줄 그늘 하나 없는 하루하루.
가끔, ' 아. 집에가고 싶다.' 라고 문득 생각이 든다. ( 달리 할일이 없는데도)
하지만 매일매일 집에 가야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고통일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 물론 기분이 안좋거나 엄마랑 싸웠다거나 할때는 집에 가기싫지만 이건 다른 문제다.)
인간은 어째서 집에 가는 것일까? 귀소본능이라는 것도 웃긴다.
기억상실증이 걸려도 집은 찾아간다는 귀소본능.
그가 동굴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피'가 자신의 샴쌍둥이일 수 밖에 없는 이유.
톰의 끝은 너무나도 당연했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상황이, 이미 알고있던 미래가 너무 애처롭고 슬펐기 때문에 어떠한 구실이 계속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러던 중에 믿을 수 없게도. 단 하나의 이해자를 찾았고
자기 자신은 지킬 수 없었지만, '피' 만큼은 고통에서 지켜주고 싶었던 톰.
( 아니면 피가 자신에게 고해성사한 것이 그렇게 해주기를 바래서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혹은, 차마 죽일 수 없는 자신의 악마를 대신해 다른 누군가의 악마를 죽임으로써 구원받았다던가.
차갑게 식은 미트볼스파게티를 먹는 그의 앙상한 손에 마음이 저렸다.
어찌됐든,
톰이 피에게 느낀 감정은 사랑을 넘어선 다른 어떤것이었다.
그가 잠시 사라졌다가 피의 생일에 맞춰 돌아왔을때에,
하교길에 그의 고백은 그런 상황에서도 가슴이 떨릴만큼 사랑스럽고 애절했다.
제시카(피)
톰의 구실이 되어준 사람.
그저 호기심으로 그의 인생을 헤집어 놓았다고 해도,
혹은 자신보다 불행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단지 위안을 받고싶었던거라고 해도,
톰의 피 었기때문에, 또는 피의 톰이었기때문에.
교육계의 부패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
그나저나 학부모들은 선생한테 왜그렇게까지 저자세를 보이는건지 진짜 미스테리.
생각보다, 예쁜 얼굴때문에 생기는 피해가 많은 것 같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어이, 거기 끝내주는 미소녀'라고 부르면 저 부르는줄 알고 돌아보는 황혜민이 그랬었다.
'다 니가 예쁘기때문에 그런거야' 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잔인한 일뿐이라고.
( 영화 아름답다랑도 관련되겠군.)
그치만 꼭 '피'가 예뻐서라기 보다는
피를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지켜주지는 않는 가족이라는 것을
그 여우같은 놈이 알아 버렸기때문이 아닐까나.
아무튼 간에 나는 피가 톰에게 있어서는 좀 잔인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치만 피가 없어서도 안됐고.
어찌됐든 그런 톰이 있는 피가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